롱블랙 스토리 컨퍼런스 2025 - 소설가 김초엽 님 세션 요약 및 후기
마음 편히 왔다가 예상치 못하게 메모를 한 바닥 다 채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이날의 세션이 모두 좋았지만, 특히 SF 소설가 김초엽 님의 세션은 오랫동안 이어질 여운을 남긴 시간이었다.
이번 컨퍼런스의 테마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 김초엽 님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것들’ 이라는 세션을 맡아 ‘1인칭 시점이라는 우리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쾌한 농담과 진지한 고민 속에 종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엿보여서 가슴 뭉클한 순간들이 많았다. 들으면서도 눈물이 날랑말랑 코끝이 찡해져서 참느라 좀 애를 썼다. 갑자기 TMI.
아무튼… 아래 1-5는 김초엽 님 세션 메모이자 요약.
사이보그 식물, 범람체(곰팡이 같은 외계식물), 수명이 아주 짧고 기억이 유전되는 외계인, 파티클(입자 단위의 군집 초지성체)와 같은 소재로 소설을 쓴 SF 작가 김초엽 님은 ‘인공지능을 아예 ‘다른 종’이라고 상정하고, 인공지능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가 어떻게 비칠지를 상상하다보면, 그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유성과 개성이 있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그렇게 낯설게 바라보면, 인간은 아마 ‘탄소 기반의 유기체 신체, 1인칭 자아 관점에 갇혀 평생을 하나의 개체로서 살아가는 존재’ 쯤일거라고.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감각질에 갇혀 살아간다.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것이 다르다. 각자가 구성한 세계에 갇혀 살아가는 것. 감정, 사고방식, 자아, 그리고 기억 모두 몸에 체화되어 있고, 몸과 함께 살아온 시간 속에서 고유한 형태로 형성된다.
김초엽 작가는, 그렇기에 인간은 평생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서사를 써내려가는 편협한 스토리텔러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확하게 공유될 수 없는 감정과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애쓰지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 뿐인 것이 인간이 갖는 한계.
오직 1인칭의 - 나의 ‘이’ 삶만을 살아볼 수 있기에, 우리는 이야기를 갈망하게 된다. 타인의 삶을 살아볼 수 없기에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이다. 바꿔 말해 만일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전송하듯 우리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 기억을 완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 이야기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될 지도.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싶고 또 이해시키고 싶기에, 이 지점에서 인간만의 매력과 고유성이 탄생한다.